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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후읍.
산소 공급 장치에서 옅은 바람이 세어 나왔다. 제이는 공급 장치 버튼을 눌러 입 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었다. 마치 음식물을 섭취하듯 행위를 두세 번 반복했다.
기도를 지난 공기가 폐부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제이는 눈을 감았다. 숨을 쉬는 것이 버겁다. 인간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는데, 자신은 모방하듯 그것을 따라 해야 했다. 무수히 많은 날들을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손 끝에 짜증스러움이 감돌았다.
- 지잉.
문이 열리고, 가운을 챙겨 입은 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제이는 장치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몸을 돌렸다.
"오셨어요."
자연스럽게 그를 맞았다.
"산소 공급 장치는 없어도 되잖니."
왜 아직도 그런 것에 집착을 하는지 다그치는 어조에 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전 인간이 아니잖아요."
제이의 대꾸에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매가 다물리는 특유의 그 표정에 제이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버지의 표정에는 순간적인 동요가 일었다. 제이는 그것을 슬픔이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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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0) | 2020.0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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