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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Movie Review

[리뷰] 러브,데스+로봇(Love,Death+Robots)

by 슈리릭 202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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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된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러브,데스+로봇' 타이틀만 들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인줄 알았다.

 

최소 6분에서 17분 정도되는 이 콘텐츠는 각각의 소재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인 것도 있고 담담한 것도 있다.

대부분이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이지만, 그렇기에 기억에 더 선명하게 남았다. 자극적인 소재나 적당히 잔인한 것을 즐겨 본다면 볼만한 콘텐츠다.

 

내가 영상 콘텐츠를 보는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호러&잔인함이 적정 수준인 것은 본다. (개인차 있음)

2. 근친 또는 도덕적/사회적/윤리적 근거에 따라 수용 불가한 것은 거른다.

 

 

개인적으로는 활자를 더 좋아해서 동적인 콘텐츠보다 정적인 콘텐츠를 주로 찾아 보는데,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상물도 보곤 한다. 대개는 주말에 보는데 단꿈같은 주말에 오랜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내가 끈기를 가지고 볼만한 콘텐츠 위주로 선별해 보거나, 단편을 선호한다.

그런 의미에서 '러브,데스+로봇'은 내가 선택한 조건에 부합했다.

 

 

 

러브,데스+로봇 공식 티저

 

 

18개 회차 중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회차는 아래와 같다.

 

◼︎ 지마 블루

지구를 넘어 행성 단위, 우주 단위의 장대한 벽화를 만드는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 결말에서는 기발하면서도 철학적인 반전을 던지는 작품이다.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스릴이 넘치거나 짜릿하진 않지만, 담담하게 보여주는 깊은 영상미와 주제, 아이디어 등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원작은 알레스테어 레이놀즈의 단편집 Zima Blue and Other Stories에 실린 동명의 단편 소설이다.

 

◼︎ 해저의 밤

보수적인 나이 든 상사와 버릇없는 젊은 사원으로 구성된 두명의 외판원들이 미국의 넓은 사막 도로 한가운데 차가 퍼져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보내다 기이한 일과 마주친다는 이야기. '사람이 유령이 되면 살던 곳에서 떠돌게 된다. 만약 동물 유령이 있다면 한때 바다의 밑바닥이었던 이 사막을 떠돌고 있을까?'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후반부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연출이 일품이다.
하지만 나중에 젊은 사원은 유령들에게 홀려버려 본인도 같은 영체가 되어버린 후 뒤에서 경고하는 상사의 외침을 듣지 못하고 유령에 잡아먹히는 배드 엔딩으로 끝난다.

 

◼︎ 늑대 인간

늑대인간이 실존하는 세계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울프팀 시대의 미군은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늑대인간들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앞장서서 싸우고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부상도 회복해버리는 강력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다. 강렬한 전투씬과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가 짙게 베어있는 씁쓸한 맛이 매력적인 작품.

 

◼︎ 굿 헌팅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켄 리우'의 단편 '좋은 사냥이 되길'이 원작이다. 국내에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 수록되어 출간되었다. 애니메이션판과 전체적인 뼈대는 같지만 선정적이고 과격한 애니메이션판에 비해 서정적인 면모가 더 크다. 전체적인 수위도 낮은편.
동양의 구미호와 서방의 스팀펑크라는 언뜻 보기에 안 어울리는 소재와 장르를 훌륭하게 조화시킨 에피소드.
완벽한 인공신체까지 만들 수 있게 발전한 가상의 홍콩을 배경으로, 귀신 사냥꾼의 아들이지만 기차의 기술공으로 살아가는 '량', 그리고 요괴 구미호지만 마법을 잃어버린 '옌'이 주인공이다. '량'은 아버지에게 사냥당한 구미호의 새끼 '옌'을 숨겨주고 돌봐주면서 서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영국이 홍콩을 식민화한 뒤 기술에 밀려 동양의 마력이 점점 사라지자 마법 생명체인 구미호의 힘도 덩달아 약해지게 된다.
결국 옌은 여우로 변하는 능력을 잃고 매춘부 일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영국인 총독을 손님으로 맞았다가 강제로 머리만 빼고 모두 기계로 교체당해 사이보그가 되고 만다. 그는 기계에만 흥분할 수 있는 메카노필리아였던 것. 옌은 총독을 죽이고 량을 찾아오는데, 기술자였던 량은 그녀에게 새로운 금속 육체를 준다. 잃어버린 마력의 힘 대신 기술의 힘으로 다시금 변신 능력을 갖게된 사이보그 구미호 옌은 뒷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여성을 해하려는 한량과 성범죄자들을 사냥하러 다닌다.
서양 문명에 의해 근대화되었지만 식민지배 속에서 고통받는 동양의 모습이 대비되어 묘사되며, 사라져가는 신비를 향한 안타까움과 억압당하는 약자의 저항을 그려낸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성적이고 잔혹한 수위가 높은 회차이면서도 분위기 자체는 처연하고 신비롭다.

 

◼︎ 목격자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화풍과 모호한 반전이 인상적. 또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시각효과 자문 역할을 했던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이 연출해낸 실사적인 그래픽에 만화적인 요소 삽입이 잘 어우러진 작화. 별다른 미래 기술은 등장하지 않기에 SF적인 요소는 거의 없지만, 구룡성채스러운 주거 밀집 지역이나 곳곳의 중국어와 일본어, 네온 사인 간판을 통해 사이버 펑크적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해 장면 뿐 아니라 스트리퍼인 여자 주인공의 전신 정면 누드가 나오는 등 묘사 수위가 높다.
결국 스트리퍼는 살인자와 실랑이를 하다가 그를 총으로 쏴 죽인다. 그런데 패닉에 빠져 주위를 둘러본 그녀의 눈에 건너편 아파트에서 방금 죽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즉, 남자와 스트리퍼는 상대를 죽이고, 이를 목격하고, 해명하기 위해 쫓고, 무서워서 도망가고, 실랑이 끝에 다시 살해하는 것을 교대로 반복 하고 있었던 것.
2019년 제 71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유머러스한 독백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에다 아기자기한 화풍으로 전개되는 5분 가량의 짧은 작품.
비상한 두뇌를 가진 요거트가 개발되어 인류에게 풍족함을 주고 지구를 지배하게 되고 우주로 떠난다. 그리고 요거트가 인류를 버리고 다 떠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독백으로 끝난다.
요거트라는 황당한 소재를 이용했지만 인공지능과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실제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나 소설 중에는 유사한 줄거리나 결말이 나온 작품들이 몇 있다.

 

◼︎세 대의 로봇

이지적이고 관광객 같은 로봇, 게임기에서 발달한 로봇, 어린이 보모 로봇에서 발달한 로봇, 이 세 로봇이 멸망한 도시를 관광하며 로봇의 시선으로 인류를 바라보는 풍자적인 콩트극이다.
가볍고 생기발랄한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적 배경은 인류가 전멸해버린 가장 암울한 세계관이다.
도중에 만난 고양이와 함께 멸망한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핵미사일 저장고까지 간 세 로봇은 결국 인류가 환경오염으로 멸망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갑자기 고양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실은 유전공학으로 엄지의 형태가 바뀌어 고양이들이 스스로 참치캔을 딸 수 있게 되자, 인류가 더 이상 고양이에겐 쓸모없다고 느껴져 멸종시킨 것(...). 세 로봇들 또한 갑자기 등장한 고양이 떼에게 둘러싸이는데, 우습게도 고양이들의 요구는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었다.

 

 

전부 로봇 또는 사이버펑크, 스팀펑크와 관련된 단편극이다.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보면 시각적으로 확장이 되는 그런 작품들.

원작이 되는 동명의 소설이나 단편들은 후에 리뷰에서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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