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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Ireland

아일랜드(Ireland) 여행 : 02

by 슈리릭 2019.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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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여행 : 02>

 

 

코크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데이투어를 취소했기 때문에, 비어있는 시간 동안 뭘 할지 고민하다가

대성당과 천문대를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마리에의 조식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바로 바깥으로 나왔다.

 

 

코크강이 보이는 사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숙소가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10분 가량을 구글맵을 보며 길을 따라 내려왔다.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거리의 풍경

 

 

몸을 녹일 겸 마트에 들러서 간단히 구경을 했는데, 식료품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많이 놀랐었다.

 

 

세인트 핀 바레스 대성당

 

웅장하고, 오래된 건축물의 양식이 눈에 들어왔다.

연휴 시즌이라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했는데, 오히려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보인 성당의 아름다운 내부.

돔 형태의 천장은 각 기둥이 받치고 있었다.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스테인글라스.

고등학교 시절 미술사를 배우면서 들었던 건축학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부를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은 약 40분 정도.

벽돌 하나하나, 유리 하나하나 살펴보느라고 상당히 오랜 시간 보고 나왔다.

 

금세 점심시간이 다 되어,

코크 시내로 돌아와 펍으로 들어갔다.

 

 

점심으로 곁들일 기네스 맥주를 주문.

역시 기네스의 나라답게, 생맥주가 정말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이 맛이 한국에서는 안 나는데, 너무 아쉬워서 맥주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부르게 먹었던 버거세트와 맥주.
내 외모가 한국에서도 동안인 편인데(절대 자랑은 아님)

여기서는 내가 맥주를 시키는 것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게에서도, 펍에서도 맥주를 시키면 종종 "Your ages..." 하고 난처해 하거나, "How old are you?" 하고 물어왔다.

그럴때마다 나는 손짓을 하며 웃어넘기거나, 진지하게 내 나이를 알려주곤 했다.

 

 

 

시간이 이르다보니 한적했던 펍의 전경.

나처럼 한낮의 맥주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몇 있었다.

천천히 셀카도 찍고, 여유를 만끽했다.

적당한 취기로 몸을 데워진 기분이었다.

나는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음 목적지는 블랙락 캐슬 천문대로,

코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한 현금을 일부 갖고 있었고, 그 외 음식을 사먹는 것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했다.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 블랙락 천문대가 있는 고급 빌라 단지.

한국으로 치면 서판교나, 수서 고급 빌라 단지 정도 될 것 같다.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하고, 조금 나가면 바다가 있다.

 

겨울이다보니 해가 금세 졌는데, 2시가 조금 지났는데도 해가 어른거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그저 땅 뿐으로,

하늘과 바다가 서로 투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일랜드의 겨울은 수 초, 수 분에 따라 다양하다.

해가 떴다가, 밝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하는데, 찰나의 순간 해가 들어 사진을 찍었다.

4인 가족이 천문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멀리, 블랙락 캐슬 천문대의 붉은 깃발이 보였다.

 

 

아일랜드엔 비둘기와 갈매기가 굉장히 많은데,

차디찬 바닷물에 발을 담근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풍경, 그리고 뺨을 스치는 풍광.

 

 

돈 많은 직장인이 해외에 나오면, 프리티켓을 끊기 마련이다.

나는 직장을 그만둔 게 아니었고, 긴 휴가를 내고 떠나온 것이라 자유롭게 천문대를 오를 수 있는 티켓을 끊었다.

 

천문대 직원의 영문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었다.

(전쟁 시 이 곳에서 포탄을 쏘기도 하고, 별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역시, 하늘은 바다를 투과하고 바다는 하늘을 투과하며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절경이 펼쳐졌다.

 

 

 

나오기 전 찍은 천문대 내부.

사실 천문대 내부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날도 춥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서둘러 코크로 돌아왔다.

 

저녁에 맥주를 마실 겸,

코크 시내에서 유명한 펍에 갔는데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맥주나 마시고 몸이나 녹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보고 있는데,

내가 들어올 때부터 보고 있었다는 아일랜드 사람과 우연히 합류하게 되었다.

 

아일랜드 구석에서 동양인을 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는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라이브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이며, 공연이 끝나고 자신들과 한잔 할 것을 권했는데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가 권하는 맥주를 한잔 정도 받아 마셨는데, 계속 권하는 술을 거절할 수 없어 한 잔만 마시고 그 이후는 거절했다.

나는 친구가 기다린다는 핑계로 펍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합석 강요만 없었다면 행복했을 펍에서의 공연 사진

 

 

 

펍에서 조금 걸어나와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연말이라 더 그런 듯했다.

 

나는 결국 한국에 있는 땅구에게 연락해 숙소까지 걸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로밍을 하고 가서 T전화로 울먹울먹 통화를 이어 갔는데,

내일부터는 절대 혼자서 술을 마시러 펍에 가지 말라는 호령을 들어야 했다.ㅠㅠ

 

지친 상태로 숙소로 돌아왔을 때,

마리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로 친구 집에 놀러간 상태였고

나는 혼자서 문단속을 하고 기진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체크아웃 하기 전에 잠깐 본 마리에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함께 시내를 구경시켜주고 펍도 데려갔어야 했다고 굉장히 미안해했다.

코크엔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며, 미안해 하는 그녀를 보며 그냥 웃어주었다.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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